월가의 사기극 : 서브 프라임 모기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 사태. 거의 모든 사람이 생소해 했던 이 단어. 국민들은 도대체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조차 모른다. 문제의 원인이 신용 부도 스와프 Credit Default Swap 라는 파생상품 때문이라고 한다. 신용 부도 스와프가 뭔지, 파생상품이 무엇인지는 알더라도 쉽게 이야기할 사람은 전문가 중에도 없다.


당신은 은행에 가서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하고 싶습니다”라고 한 마디 해보시라.

창구 직원은 친절하게

“ELS를 찾으시는군요. 원금보장형에서부터 원금의 일부를 보장하는 부분보장형,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원금비보장형까지 매우 다양한 ELS가 존재하구요. 당연히 원금 비보장 비율이 높을수록 제시되는 수익률이 크지만 그만큼 손실 시 손실률도 커지는데, 저희가 추천해 드리는 원금 보장 ELS는 유로스탁 50지수와 홍콩 항생지수, 미국 S&P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합니다. 특히 이 상품은 행사 가격이 단계적으로 하락하는 스텝다운형 구조로 돼 있어서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 특혜가 있답니다"

라고 친절하게 말해 줄 것이다.

이따위 설명은 아무리 들어도 누구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게 정상. 이런 복잡한 금융상품은 대부분 월스트리트라고 불리는 미국 금융권에서 탄생했다.

 

 

세계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미국 명문대 출신들이 이곳에 모여 이런 복잡한 금융상품을 만든다. 그런데 도대체 그 짓을 왜 하는가.

 

월가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자기들의 재산을 불린다. 그런데 돈을 빌려주는 조건을 누구나 쉽게 이해한다면 사람들은 돈을 빌릴 때 신중하기 마련이다. 이자율이 적정한지, 내가 돈을 갚을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고려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월가는 사람들의 그런 이성을 마비시켜 돈을 마구 빌려야 장사가 잘 되기 때문에 온갖 이름의 복잡한 금융상품을 만든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그냥 생각 없이 빌려 쓰세요.” 라고 말한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금융이란 남아도는 돈을 필요한 곳으로 돌게 하는 것인데 이 간단한 원리가 현대 금융에서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암호처럼 바뀌었다. 

 

「경제 후퇴를 극복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이자율을 그때그때 조정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며, 침체된 기업 투자를 상쇄할 만한 가계지출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서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이 나스닥 버블 대신 주택 버블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폴 크루그먼(케인지언 경제학자), 2002년 8월 2일. 출처

 

 

서브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 Crisis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CDO 시장의 확대와 그에 따른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의 확대, 미국 부동산 버블로부터 시작된 2007년에 발생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 최대, 최악의 금융 위기이다. 대침체, 양극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2010년대의 모든 경제 위기와 관련된 일들이 이 사태에서 비롯되었다.


서브프라임(Subprime)은 은행의 고객 분류 등급 중 비우량 대출자(영어에서 'Sub'는 보통 '아래'라는 의미를 갖는 접사이고 'Prime이 '우수한'의 뜻으로 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뜻한다)를 뜻하며, 모기지(Mortgage)는 주택담보대출을 뜻한다.

 

요약하면 빚이 집값보다 낮자, 사람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기 시작했고 집값이 폭락하자 다 망했다는 이야기다.

 

닷컴버블 붕괴와 아프간/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편다. 그로 인해 대출이 늘고 주택 가격이 급상승했다. 주택 가격의 인상 속도가 이자율보다 높아지자, 사람들은 대출을 못 갚는 일이 생기더라도 담보인 주택을 팔아버리면 돈을 벌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은행도 돈을 갚을 능력이 거의 없는 신용불량자에 가까운 사람들까지 대출을 해줘서 집을 사게 만들었다.

 

그러나 집을 살 사람(대출할 사람)이 줄어들자 집값은 폭락했다. 집으로 대출을 갚을 수 없자,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파산한다. 이를 시작으로 돈을 빌려준 은행과 대출 증서를 기초로 한 투자 상품도 전부 망했고, 그로 인해 달러화의 가치와 미국 경제가 망하여, 연쇄적으로 세계 경제가 망했다.

대한민국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카드 회사들이 심지어 신용불량자한테까지 신용카드를 발급하였고, 이후 카드 사용액을 갚지 못한 개인 파산이 급증하면서 2004년 카드대란이 터지고, 경제 위기가 엄습한 것과 똑같은 과정. 단지 아이템이 다르다.

 

 

재앙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2003년이 되자, 거의 모든 프라임 대출 대상자는 이미 모기지를 쓰고 있거나 쓸 생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 그러나 은행은 새로운 CDO를 새로운 투자자에게 발급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고객이 필요했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은 프라임보다 낮은 계층의 사람들을 위한 대출인 'Subprime' 대출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모든 재앙이 시작되었다.

 

거품이 꺼지고 나자 그게 불가능하게 되었고, 다수의 서브프라임 고객이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를 선언했다. 거품이 꺼지자 경제도 서서히 불황에 빠지기 시작했고, 일자리도 줄기 시작했다.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들은 파산 위기에 처했다. 애초에 자산 시장의 특성이 그렇다.

 

모든 금융위기는 빌려준 돈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시작된다. 그래서 돈을 빌려줄 때에는 상대가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그러나 월가는 이런 절제력을 잃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월가는 미국 국민들에게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국민들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가도록 부추긴 것.

사실 이는 월가 입장에서 꽤 안전한 대출이었다. 빌린 사람이 돈을 못 갚을 지경이 돼도 돈 대신 집을 빼앗으면 되기 때문. 이렇게 집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것을 모기지 대출(mortgage loan)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담보로 잡은 집 중에는 가치가 매우 떨어지는 것들이 있었다. 집값이 빌려간 돈에 못 미치는 것이다. 월가는 이런 저질 담보에도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줬다. 담보 가치가 충분할수록 안전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낮게 책정된다. 반면 담보가 저질이면 돈을 떼일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자도 높게 받을 수 있다. 월가는 이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경제가 계속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담보 가치가 좀 낮아도 충분히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한때 월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통해 높은 이자를 뜯으며 흥청망청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경기가 하락하면서 돈을 갚지 못하는 국민들이 크게 늘었다. 월가는 담보로 잡아둔 집이나 부동산을 압류해 이를 만회하려 했지만 그 담보는 대부분 불량, 즉 서브프라임이었다.

 

 

도미노처럼 진행된 재앙


서브프라임 계층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었다. 또는 일부러 안 갚게 되었다.

→ CDO의 수익률이 떨어지다 못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 서브프라임에 투자되었던 수조 달러의 돈이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투자자들이 다급히 자신들의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 CDO들은 우량자산에서 부실자산으로 변모, 대부분의 자산을 CDO로 가지고 있던 투자은행과 금융기관은 공황에 빠졌다.

마침내 2008년 9월, 다량의 CDO를 가지고 있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시점으로, 미국의 경제에 크게 의존하던 몇몇 나라는 아예 경제가 자빠지기도 하면서 전 세계적인 불황이 시작된다.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한 월가는 휘청거렸다. 한 곳에서 둑이 무너지자 이곳저곳에서 남발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모두 터져 나왔다. 세계를 호령하던 월가는 이렇게 일거에 무너진다.

 


월가를 응징할 수 있을까?

 

미국에는 ‘파산하기에 너무 큰 존재(too big to fail)’라는 말이 있다. 

바둑에서 보통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로 번역된다.

월가가 바로 이런 대마였다. 그들은 절제를 모르는 탐욕적 존재 이지만 잘못을 물어 그들을 망하게 하기에는 그들의 존재가 너무 거대했다. 미국 상위 6개의 금융기관의 자산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60%를 장악했기 때문.

월가가 망하면 미국 금융에 엄청난 타격이기에 미국 정부는 월가를 용서하고 구제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한 구제금융 규모는 무려 7,000억 달러(780조 원 : 우리나라 정부 1년 예산보다 훨씬 많다).

또 미국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달러를 마구 새로 찍었는데 이게 16조 달러(1경 8,000조 원 : 한국 정부 1년 예산의 30배가 훌쩍 넘는 금액)나 됐다. 월가 살리겠다고 전 세계에 풀린 1경 8,000조 원에 이르는 부담은 전 세계 국민들이 골고루 나눠져야 했다.

미국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2011년 뉴욕 한복판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도 이런 분노에서 촉발된 운동.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지자 2013년 미국의 상원의원들이 법무부 장관 에릭 홀더(Eric Holder)를 불러 질문을 던졌다. “금융위기의 주범들이 아직도 활동을 하는데 이들을 처벌할 의도가 없나?”라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홀더는 “월가 자본의 크기가 너무 커서 우리가 만약 그들을 처벌하면 국가경제, 심지어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래서 처벌이 어렵습니다”라 대답한다.

 

월가는 대마불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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